요즘은 그냥 아무 감정이 안 느껴져요.
회사에서 팀원들이 웃을 때 같이 웃고 퇴근길에 친구들이 술 한잔하자고 하면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요. 하지만 집에 돌아와 문을 닫는 순간 그 웃음이 전부 거짓이었단 걸 스스로 알아차려요.
퇴사한 동기가 SNS에 여행 사진을 올리면 좋아요 를 누르면서도 속으로는 나는 왜 아직도 여기 있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는 그래도 직장은 다니고 있잖아. 그게 어디냐고 말하지만 이상하게 그 말이 위로가 아니라 부담처럼 느껴져요.
최근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오늘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를 생각해요. 회사에서는 성실한 사람이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괜찮은 사람, 가족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지만 정작 ‘나’는 어디에도 없어요.
며칠 전에는 버스 창문에 비친 제 얼굴이 너무 낯설었어요. 웃고 있는데 눈은 완전히 죽어 있었거든요. 그날 이후로 문득 진짜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 제게 요즘 어떠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말을 꺼내면 사람들이 불편해할까봐 오늘도 그냥 괜찮다고 말하겠죠.
그 말이 이제는 습관이 아니라, 갑옷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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